가상현실을 활용한 디지털 트윈 영역의 확장
ICT 분야에 가상화란 그리 낯선 개념이 아니다. 분산된 컴퓨팅 자원을 하나로 통합해 클라우드로 운영하거나 반대로 하나의 컴퓨팅 자원을 여러 개로 분산해 마치 다수의 별개 컴퓨터처럼 사용하는 것 등이 모두 가상화 기술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상화 기술이 이제 컴퓨팅 자원이 아닌 실제 현실을 가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트윈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의 기본 개념은 시뮬레이션에서 출발한다. 즉 실제와 비슷한 모형을 만들어 미리 해보고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트윈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시뮬레이션으로 도출된 결과를 실제에 반영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이제 익숙한 개념인 동기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로써 현실과 가상이 상호작용 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수년 전에 있었던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디지털 트윈의 관점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알파고가 한 명의 바둑 기사를 그대로 가상화한 디지털 트윈 객체라면 현실 세계에서 바둑 돌이 두어질 때마다 알파고의 시뮬레이션이 가동돼 다음 수를 결정하고 현실의 바둑 돌로 두게 되는 것이다.
알파고의 목적은 승리이기 때문에 승리를 위한 최적의 수를 찾아내는 방향으로 시뮬레이션이 가동된다. 최종 목적이 승리가 아니라면 디지털 트윈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제조, 전력, 의료, 항공, 자동차는 물론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스마트 시티까지 아우를 수 있다.
제조에서는 제품 설계에서부터 플랜트 운영 및 감시, 손실 예측, 고장 진당 등 제조공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최적화하는데 널리 이용될 수 있다. 항공 및 전력 산업에서는 프로펠러, 터빈 등 기계의 고장 진다, 예측을 가능하게 하며 자동차 분야에서는 차량의 성능을 분석하고 고객에게 맞춤식 경험을 제공하는데 일조한다.
의료 산업에서는 사물인터넷 플랫폼과 결합해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효율적인 환자 모니터링을 실현할 수 있다. 규모가 크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스마트 시티 사업의 경우 교통, 에너지, 환경 등의 새로운 정책을 가상 도시를 통해 사전 검증할 수 있어 디지털 트윈의 가치가 특히 두드러진다.
디지털 트윈은 의미 있는 상용화 사례를 이미 속속 도출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이라는 개념을 처음 정의한 제너럴일렉트릭사는 가상 세계에 현실과 똑같은 쌍둥이 공장을 하나 더 만들었다.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이 시뮬레이션 되며 공장 가동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결과가 예측되고 있다. 핵심은 클라우드 기반 개방형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프레딕스다.
프레딕스는 기계, 설비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최적화된 현실 세계의 공장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멘스는 제품 출시 전 디지털 트윈 시제품을 만들어 예상 가능한 모든 문제점을 테스트한다. 국내엔 이렇다 할 디지털 트윈 사례가 없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디지털 트윈의 요소기술 관련 프레임워크, 플랫폼 도구 등이 연구개발 중인 단계이다.
디지털 트윈이 지닌 문제점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로선 디지털 트윈의 도입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경비 절감과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 디지털 트윈을 도입했다고 하지만 그에 대한 비용이 이를 초과해버린다면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 GE, 지멘스 같은 거대 기업들만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디지털 트윈을 구축했다 하더라도 사용성이 없는 경우, 불필요한 데이터나 트래픽만 잔뜩 유발하는 경우라면 오히려 기업의 수익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디지털 트윈이 산업계에서만 적용되고 있지만 한 개인을 디지털 트윈화하는 움직이도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궁극의 의료 복지가 디지털 트윈을 통하여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을 통한 '나'는 앞으로 어떠한 질병을 앓게 될지 예측할 수 있어 맞춤형 건강 관리가 가능해진다. 설사 어떤 병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수술이나 약물에 대한 부작용을 디지털 트윈을 통해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의료 행위를 수행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의 디지털 트윈화는 곧 개인정보 노출의 위험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노출된 개인정보로 구축된 디지털 트윈은 사실상 가상 공간에서는 실제 '나'로 존재하게 된다. 현실에서 나의 통제를 벗어난 또 다른 '나'는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며 이는 현실에서의 나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이 견고해지면 견고해질수록 한 개인은 디지털 정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개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인간의 존엄성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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